공유는 믿고 보는 배우다. 단순히 외모가 멋지고 인기가 많아서가 아니다.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읽어내고, 어떤 역할이든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공유의 대표작 세 편을 통해, 그가 어떻게 관객의 감정을 사로잡아 왔는지를 살펴본다. 액션, 드라마, 휴먼SF까지… 다양한 장르 속에서도 그는 늘 ‘진짜 사람’을 연기한다.
부산행 – 가족, 생존, 인간성의 교차점
좀비 재난 영화 부산행에서 공유는 석우라는 인물을 연기했다. 초반의 석우는 이기적이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인물이다. 하지만 좀비로 뒤덮인 기차 안에서 그는 점점 변해간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그는 ‘사람’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공유의 연기는 그 감정 변화를 억지스럽지 않게, 아주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처음에는 회의적인 눈빛으로 상황을 바라보다가, 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대사보다 눈빛과 표정이 더 많은 걸 말해준다.
또한, 주요 액션 장면을 대부분 직접 소화하면서 캐릭터의 현실감을 높였다. 단순히 좀비를 피하고 싸우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그는 한 인간으로서의 책임과 사랑을 보여준다.
감상평: 부산행은 공유가 감정과 액션, 두 축을 모두 지닌 배우임을 증명한 영화다. 눈빛 하나에 담긴 변화의 흐름이 이 영화의 감동을 완성했다.
82년생 김지영 – 침묵 속에서 전하는 위로
82년생 김지영은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한 영화지만, 그 안에서 공유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그는 주인공 김지영의 남편 ‘대현’으로 등장한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지만, 묵묵히 아내를 지켜보고, 그녀를 이해하려 애쓰는 인물이다.
겉보기에 평범한 가장이지만, 공유는 그 안의 미묘한 복잡함을 포착해낸다. 대현은 혼란스럽고, 때론 무기력하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다. 이런 캐릭터를 공유는 말보다 ‘기다리는 연기’로 보여준다. 눈으로 듣고, 침묵으로 응답하는 연기다.
이런 표현 방식은 남성 관객에게도 큰 울림을 줬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만든다. 그리고 이 감정은 영화 전체의 따뜻함을 지탱해준다.
감상평: 82년생 김지영은 공유의 ‘비언어적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말없이도 감정을 전하는 힘, 그것이 그의 진짜 매력이다.
서복 – 인간과 복제인간 사이의 우정
서복은 공유가 한층 더 깊어진 내면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다. 그는 죽음을 앞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 역을 맡아, 복제인간 서복(박보검)과 함께 여정을 떠난다. 이 영화는 단순한 SF가 아니라, 존재의 의미와 생명의 윤리에 대해 묻는 철학적인 이야기다.
공유는 기헌이라는 인물을 통해, 삶에 대한 회의와 두려움, 그리고 다시 살아보고 싶은 욕망까지 다층적인 감정을 보여준다. 서복과의 관계는 처음엔 경계와 냉소로 시작되지만, 점점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감정의 연결이 완성된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공유의 연기는 더욱 절제된다. 큰 표정보다는 담담한 말투, 짧은 눈빛 교환 속에서 인물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그 덕분에 영화가 다루는 무거운 주제도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감상평: 서복은 공유가 복잡한 감정을 절제된 방식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인간성과 존재의 경계 속에서, 그는 중심을 잃지 않고 섬세한 감정선을 유지한다.
공유는 언제나 사람을 연기한다. 무대가 크든 작든, 장르가 무엇이든, 그는 캐릭터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걸 관객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 그것도 과장 없이, 말하듯 자연스럽게.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어떤 순간에는 마음이 놓이고, 어떤 장면에선 울컥하게 된다. 그건 그가 진심으로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공유가 또 어떤 인물로 우리 곁에 올지, 그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