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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무월 - 책소개, 줄거리, 계절 산문집 감상

by sew 님의 블로그 2025. 8. 10.

『나의 수무월』은 작가 오종길이 집필한 산문집으로, 시절산문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표지에 새겨진 ‘001 時節散文’이라는 문구처럼, 이 책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흘려보내기 쉬운 ‘계절의 감정’과 ‘사소한 마음의 결’들을 세심하게 담아낸 기록입니다. 제목에 등장하는 ‘수무월’은 존재하지 않는 달이지만, 어딘가 존재하는 듯한,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시간의 상징입니다. 수무월은 잊히기 쉬운 순간들이며, 동시에 우리가 진짜로 살아냈던 감정의 파편들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에세이이지만, 하나의 이야기로 엮인 전통적인 구조는 아닙니다. 대신, 각 장은 독립적인 주제와 감정을 다루며, 우리가 겪었던 수많은 ‘익숙한 그러나 놓쳐버린’ 마음의 장면들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저자는 ‘수무월’을 통해 독자가 자신의 감정을 명명하고, 자기만의 시간에 대해 성찰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산문 속 문장 하나하나에는 작가의 내면과, 도시의 풍경, 고요한 이별과 사소한 위로가 섬세하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책소개 

책 제목 ‘수무월’은 실제 달력이 존재하지 않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 단어는 묘하게 감정을 일으킵니다. 작가는 그것을 ‘잊힌 계절, 미처 이름 붙이지 못한 시간’이라고 정의하며, 그런 시간 속에서 우리가 흘려보냈던 감정들을 붙잡아 산문으로 기록합니다. 수무월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누군가를 기다렸던 그 계절이고, 말없이 흘러가는 밤의 온도이며, 혼자 걷던 거리에서 문득 올라왔던 감정입니다.

『나의 수무월』은 그런 시간들을 ‘나만의 시절’이라 명명하며, 누구에게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수무월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수무월은 회피가 아닌 직면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시간이며, 동시에 사소한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성찰의 시간입니다. 작가는 이 책에서 감정을 극복하거나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끌어안고 기록하는 것의 의미를 보여줍니다.

줄거리

『나의 수무월』은 줄거리라고 부를 수 있는 큰 사건이나 전개가 있는 책은 아닙니다. 대신, 계절처럼 반복되지만 똑같지 않은 감정의 흔적들이 글 속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책은 총 4부로 나뉘며, 각 부는 하나의 시절감과 감정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매 장에는 짧은 글이 실려 있으며, 제목조차 없는 단상들이 독자의 마음을 조용히 두드리는 형식입니다.

예를 들어, 첫 장에서는 어떤 이의 부재로 인해 공허한 시간을 보내던 작가가, 그 빈 공간을 통해 자신과 더 깊이 만나는 시간을 서술합니다. “당신이 떠난 시간, 나는 나에게 더 가까워졌다”는 문장은 작가의 슬픔을 그대로 담되, 그것이 새로운 관계로 향하는 문이 되기도 합니다.

또 다른 단상에서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편의점에서 고른 음료 하나, 낯선 골목을 걷다 마주친 풍경,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오래된 노래—이 독자에게 그 순간의 ‘감정 복기’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이 책은 ‘무엇을 겪었는가’보다 ‘그때 내가 무엇을 느꼈는가’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명명하지 못한 시간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많은 감정을 언어로 정의하지 못한 채 흘려보냅니다. 작가는 그 감정에 수무월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것을 글로 남깁니다. 이 기록은 곧 독자가 자신의 ‘수무월’을 떠올리게 하는 거울이 됩니다.

특징

오종길 작가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짧고 고요합니다. 하지만 그 짧은 문장들은 강한 잔향을 남깁니다. 한 문장을 읽고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잠시 멈추게 만드는 힘. 그것이 이 책이 가진 언어의 미덕입니다. 문장 대부분은 평서문이지만, 시처럼 운율이 있고,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비유와 여백을 통해 전달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눈물이 흐르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눈물이 나지 않아 더 아팠다.” 이 문장은 이별을 묘사하지 않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정서적 깊이를 드러냅니다. 이처럼 작가는 감정을 ‘말하지 않고 느끼게’ 만드는 데 탁월한 언어 감각을 보여줍니다.

또한 계절, 날씨, 거리, 조명, 식물, 커피잔 같은 일상적 소재를 활용하여 내면의 감정을 투영하는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읽는 감상’이 아닌 ‘느끼는 감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 책은 그 어떤 설명보다도 마음의 결을 따라가는 데 집중합니다.

감상 및 서평

『나의 수무월』은 ‘한 줄이라도 내 마음을 붙잡아줄 글이 필요할 때’ 꺼내 읽기 좋은 책입니다. 복잡한 위로가 아니라 조용한 공감을 전하는 글들이며, 강한 설득이 아니라 따뜻한 이해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감정을 다루는 방식도 강요나 해석이 아닌, 관찰과 인정에 가깝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가장 크게 와닿은 점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묘한 위로였습니다. 수무월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데, 그 감정을 말로 풀어본 적이 없었기에 막연하게 잊혀졌던 시간들. 작가는 그 막연함에 언어를 입히고, 그것을 조용히 펼쳐 보여줍니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독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감정의 언어를 찾고 싶은 사람
  • 짧지만 울림 있는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
  • 일상에서 감정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취향의 독자
  • 사색과 감성이 필요한 저녁 시간, 조용히 글을 곱씹고 싶은 독자

마치 기록되지 않은 시간에 대한 속죄처럼, 이 책은 ‘놓쳐버린 마음’에 이름을 붙여주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나의 수무월』은 어떤 특정한 시간보다, ‘나만이 아는 계절’을 위한 헌사입니다.

결론

『나의 수무월』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목소리로 묻습니다. “당신은 어떤 감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나요?” 이 책은 누구나 품고 있는 수무월을 꺼내어 바라보고, 비로소 자신과 더 가까워지게 만드는 힘을 가졌습니다.

우리는 모두 삶의 어딘가에서 수무월을 겪습니다. 그 시간을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그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 순간의 나를 인정하기 위해, 『나의 수무월』은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