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교수의 『나침반은 흔들리며 방향을 잡아나간다』는 인생의 불확실성과 혼란, 그리고 그 속에서 스스로 방향을 찾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통찰력 있게 풀어낸 에세이다. 물리학자인 저자가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상과 사람,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방식은 단순히 이론적인 분석에 그치지 않고, 인간적인 따뜻함과 철학적 사유가 공존한다. 흔들림은 실패도, 나약함도 아니다. 오히려 나침반이 제 방향을 찾기 위해 반드시 거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이 책은 그런 ‘흔들리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격려다.
감상문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묘하게 편안해졌다. 우리는 ‘흔들린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결단력이 없어서, 계획이 없어서, 의지가 약해서 흔들린다고 믿는다. 하지만 김범준 교수는 흔들림 자체를 ‘자연스럽고 가치 있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이 얼마나 해방감 있는 시선인가.
책의 서문에서부터 저자는 말한다. “나침반은 처음부터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진동과 움직임 끝에 정확한 방향을 찾아낸다.” 이 문장은 한 사람의 인생 궤적에 그대로 대입될 수 있는 은유다.
그는 과학자의 시선으로도, 인간적인 감성으로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어느 방향을 보고 있습니까?” “흔들리는 동안, 당신은 무엇을 배웠습니까?”
책 속의 이야기들은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순간들로부터 시작된다. 기차역의 풍경, 아들의 질문, 연구실에서의 깨달음, 강단에서 만난 학생들. 이 모든 경험이 그에게는 삶의 방향을 조정하는 데이터가 된다. 그렇기에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나만의 데이터를 모으고 있구나’라는 위로를 얻게 된다.
우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괜찮다’는 확신이었다. 지금 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절대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범준 교수는 우리에게 삶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흔들림을 부정하거나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흔들림 속에서 내 중심을 어떻게 다시 세우는가이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속도와 결과를 요구한다. 조금만 머뭇거려도 낙오자가 되는 듯한 압박 속에서 많은 이들이 방향을 잃는다. 이 책은 그런 시대에, “서둘러 방향을 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안을 준다.
실제로 책에는 과학적 사실과 일상의 에피소드가 절묘하게 섞여 있다. 예컨대 나침반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며, “자기장에 따라 반응하되, 자기 내부에서 기준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그 말은 곧 ‘당신도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되, 기준은 당신 안에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그는 “문제는 정답이 아니라 접근 방식에 달려 있다”고 이야기한다. 삶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흔히 ‘왜 나만 힘든가’를 묻지만, 중요한 건 ‘나는 지금 어떻게 이 흔들림을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자문하는 것이다. 그 관점 전환이 바로 흔들림 속에서 방향을 찾는 첫걸음이다.
흔들림의 끝에서 마주한 나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과거 나의 고민들이 떠올랐다. 진로에 대한 불안, 인간관계의 혼란, 실패의 경험들. 그때마다 나는 흔들렸고, 방향을 잃었으며, 나를 의심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흔들림이 지금의 나를 만든 과정이었다.
김범준 교수는 ‘완벽한 방향’이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방향은 계속해서 수정되고, 조정되고, 흔들림을 거치며 더 선명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는 ‘흔들리는 상태’를 결핍이 아닌, 성장의 징후로 본다.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다.
지금 당신이 흔들리고 있다면,
당신은 제대로 방향을 찾고 있는 중이다.
나는 이 문장을 마음에 새겼다. 더 이상 흔들림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흔들림 속에서 중심을 잡아가는 과정을 신뢰하기로.
결론
『나침반은 흔들리며 방향을 잡아나간다』는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격려다. 지금 당신이 어디쯤에서 흔들리고 있다면, 이 책은 당신만의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적인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