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이라는 배우를 알게된 계기가 7번방의 선물이라는 영화였어요. 이 영화를 보고 끝난 후에도 영화관에 한참이나 일어나지 못할정도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 울어서 집에와서도 여운이 남아 눈물이 계속 흐르기도 했어요. 류승룡은 말 그대로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 연기의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다. 코미디에서 감동, 사극에서 액션까지. 그가 맡은 캐릭터는 언제나 진짜 사람처럼 느껴지고, 관객은 그 감정에 자연스럽게 물든다. 이번 글에서는 그의 대표작 세 편을 중심으로, 류승룡이라는 배우가 어떻게 스크린 위에서 인물에 생명을 불어넣는지를 살펴본다.
광해, 왕이 된 남자 – 권력 옆에서 사람을 지킨 내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실존 인물 광해군과 닮은꼴 광대가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정치 사극이다. 이병헌이 왕과 광대를 1인 2역으로 소화하며 중심축을 잡는 사이, 류승룡은 조용한 내시 조내관 역으로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준다.
조내관은 왕의 비밀을 지키는 존재지만, 단순한 충복이 아니다. 그는 사람을 보고 진심으로 반응하는 인물이고, 그 감정은 말보다 눈빛, 태도, 숨소리로 전달된다. 류승룡은 대사를 길게 늘어놓지 않고도 조내관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감상평: 광해에서 류승룡은 말수 적은 인물 속에 깊은 인간미를 담아냈다. 존재감이 강렬하지 않아도, 깊이가 오래 남는 연기였다.
7번방의 선물 – 아버지의 사랑, 그 진심을 전하다
7번방의 선물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감된 지적장애인 아버지와 그의 딸 사이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류승룡은 주인공 ‘이용구’ 역을 맡아, 순수한 영혼을 지닌 아버지의 얼굴을 완벽히 연기했다.
그는 아이처럼 순수한 표정으로 웃다가도, 딸을 걱정할 땐 진짜 아버지처럼 가슴 아파한다. 억울한 감정, 죄책감, 무력감, 그리고 사랑까지. 이 모든 복잡한 감정들이 ‘이용구’라는 인물 안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감상평: 7번방의 선물은 류승룡이 얼마나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작이다. 눈물이 흐르기 전에 이미 마음이 울리는 연기였다.
극한직업 – 유쾌함에 사람 냄새를 더하다
극한직업은 마약반 형사들이 범죄 조직을 추적하기 위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대박이 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다. 류승룡은 형사팀의 팀장 ‘고반장’으로 출연해, 진지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생활 연기의 정수를 선보였다.
그는 몸을 던지는 코믹 연기와 함께, 감정의 완급을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덕분에 영화는 단순한 유머가 아닌, 인간적인 온기가 느껴지는 코미디가 되었다.
감상평: 극한직업은 류승룡이 코미디 장르에서도 감정의 결을 놓치지 않는 배우임을 증명한 작품이다. 그가 있어서 웃음이 진심으로 다가왔다.
류승룡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자체가 된다. 왕 옆의 충신이든, 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든, 현실감 넘치는 형사든. 그는 역할 속에서 진짜 감정을 찾아내고,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그의 연기를 보면, 과장이 없다. 그러나 그 안엔 울림이 있고, 설득력이 있고, 따뜻함이 있다. 류승룡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스크린은 믿음직스럽다.
앞으로 어떤 장르, 어떤 인물이든, 그는 관객이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진짜 사람’을 계속해서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