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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소설 - 줄거리, 배경, 감상문

by sew 님의 블로그 2025. 7. 13.

 

"한 사람의 죽음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남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인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쓰인 작품입니다. 작가 특유의 시적 문체와 차분한 서술 속에서, 그날의 참혹함과 그 이후의 상흔을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보여주는 이 소설은, 단순한 사건 재현을 넘어 ‘기억의 윤리’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저자 소개 – 말의 침묵을 통해 폭력을 고발하는 작가, 한강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한국 대표 작가입니다. 그녀의 작품 세계는 인간 존재의 본질, 고통, 기억, 그리고 침묵의 의미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문학성으로 평가받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그런 한강의 문학세계가 사회적 현실과 만난 강렬한 결과물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시적이고 문학적인 깊이를 유지하는 데 성공한 작품입니다.


줄거리 – 소년 ‘동호’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 겪는 광주의 참상

소설은 1980년 광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주인공 동호는 중학생 소년으로, 계엄군의 폭력과 총탄 속에서 죽어간 이들의 시신을 정리하고, 행방불명된 친구 ‘정대’를 찾기 위해 도청으로 향합니다. 그는 순수한 의무감과 인간적인 연민에서 움직이지만, 결국 참혹한 현실 속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동호의 시선을 시작으로, 소설은 그를 기억하는 여러 인물들의 독백과 회상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도청에 함께 있었던 여성 ‘정미’, 고문을 당한 인쇄소 청년 ‘승철’, 동호의 선생님 ‘은숙’, 그리고 사건 이후 숨어 살아가는 ‘동호의 어머니’ 등, 각각의 인물은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그날의 기억을 붙잡고 살아갑니다.

이야기의 구조는 선형적이지 않습니다. 1980년에서 시작된 서사는 이후 1985년, 1990년, 2002년 등으로 옮겨가며, ‘그날 이후’의 상흔을 다층적으로 보여줍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는 동호 자신이 ‘죽은 자의 목소리’로 등장해, 남겨진 자들에게 “기억해달라”고 말하며 소설을 마무리합니다.


소설의 배경 – 1980년 5월 광주, 그리고 그 이후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설의 중심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권력 장악 과정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계엄령 확대와 민주주의 탄압에 저항하던 시민들을 향해 계엄군이 발포하면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한국 현대사의 비극입니다.

한강은 이 역사적 사건을 직접적으로 재현하지는 않지만, 그 현장에 있었던 민간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사건의 진실과 감정을 오롯이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군홧발에 짓밟힌 시신, 장갑차에 깔린 사람들, 시체를 안고 흐느끼는 가족들, 그리고 체포와 고문, 실종.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고통은 픽션을 넘어선 리얼리티로 다가옵니다.

또한 한강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날 이후 남은 이들의 삶을 그립니다. 살아남았지만 끊임없이 고통받고 침묵해야 했던 사람들. 여전히 광주의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 이 모든 것이 소설의 배경이며, 주제이기도 합니다.


감상문 – 침묵을 뚫고 피어나는 기억의 윤리

『소년이 온다』를 읽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내용의 비극성과 감정의 무게, 묘사의 잔혹함까지 모두가 독자의 가슴을 짓누릅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한 고발문학이 아닙니다. 한강은 말보다 더 깊은 침묵으로, 폭력보다 더 강한 공감으로 진실에 다가갑니다.

1. 인간성에 대한 질문
이 소설은 결국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의 죽음이 단순한 통계나 숫자가 아니라는 것. 누군가의 아픔이 외면할 수 없는 공동의 책임이라는 것을 독자에게 묻습니다. ‘동호’는 실제 인물이 아니지만, 그의 존재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의 상징입니다.

2. 문학의 힘과 역할
한강은 이 소설을 통해 ‘기억의 윤리’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침묵하는 대신 기록하고, 외면하는 대신 응시하며, 잊는 대신 기억하려는 노력이 문학을 통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 동호의 영혼이 말하는 장면은 이 소설이 왜 반드시 기억되어야 하는지를 독자에게 직접 호소합니다.

3. 오늘날의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
이 소설은 과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진실은 종종 침묵 뒤에 가려집니다. 『소년이 온다』는 우리가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고, 말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그리하여 과거의 비극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문학입니다.


결론 – 소설을 넘어선 진실, 우리가 지켜야 할 이름

『소년이 온다』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기억을 위한 문학, 증언을 위한 기록입니다. 1980년 광주에서 희생된 수많은 이들의 이름 없는 목소리를, 오늘의 언어로 되살려 낸 이 작품은 반드시 읽혀야 할 작품입니다.

읽는 동안 많은 눈물과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고통이 아닌 인간으로서 느껴야 할 감정입니다. 한강 작가는 소설이라는 언어로 그 감정을 정제하여, 독자가 현실을 더 깊이 바라볼 수 있도록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