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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정현 작가 - 줄거리, 배경, 감상문

by sew 님의 블로그 2025. 8. 14.

『아버지의 눈물』은 소설가 김정현이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점차 잊혀져 가는 ‘아버지’의 존재를 다시 바라보며, 가족과 희생, 인간애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장편 소설이다. 출간 당시 많은 독자들로부터 감동적인 호응을 얻었으며, ‘포스코 학부모 권장도서 100선’에 선정될 만큼 세대를 아우르는 울림을 지닌 작품이다. 제목처럼 이 책은 ‘아버지’라는 단어 속에 숨겨진 눈물과 침묵, 그리고 사랑을 진중하게 그려낸다.

저자 김정현은 현실적인 묘사와 절제된 문체로, 개인적인 이야기와 사회 구조의 문제를 함께 녹여내는 작가다. 『아버지의 눈물』은 특정 인물의 전기적 서사가 아닌, 대한민국의 수많은 아버지들이 품고 살아온 고통과 희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전후 산업화 시대를 거쳐 IMF와 구조조정에 이르기까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묵묵히 가정을 지켜온 이들의 이야기다.

배경

이 책의 주요 배경은 1970~2000년대에 이르는 대한민국 사회의 격변기다.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가족을 위해 삶을 희생해야 했던 아버지들, IMF 외환위기와 구조조정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가장들의 내면이 이 작품의 주요 무대이자 시대적 배경이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전통적으로 가부장적 이미지로 묘사되어 왔다. 그러나 『아버지의 눈물』은 그 틀을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아버지—때로는 무력하고, 외롭고, 깊이 상처받은 존재—로 그려낸다. 작품 속 아버지는 늘 강한 척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약하고, 말없이 가족을 위해 헌신해온 이들이다.

배경이 되는 공간도 중요하다. 서울의 변두리, 조선소와 공장 단지, 퇴직 이후의 허전한 가정 등, 대한민국 중산층 아버지들이 실제로 살아온 풍경이 등장한다. 이러한 공간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개인으로서의 고독’이 동시에 드러나는 배경이 되며, 작품의 현실감을 더한다.

줄거리

이 소설은 구체적인 한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되기보다는, 여러 아버지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다층적인 구성이다. 중심 인물인 '한 남자'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가정의 가장이다. 그는 젊은 시절, 가족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고, 오랜 시간 직장에서 일하며 묵묵히 자녀들을 키운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닥치며 회사를 그만두게 되고, 집에서는 점점 소외된다.

그의 가족은 점차 변한다. 자녀들은 커가며 아버지를 ‘권위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거리감을 느끼고, 아내 역시 남편의 무뚝뚝함에 상처받는다. 아버지는 점점 말이 줄고, 존재감이 희미해진다. 하지만 그는 말하지 못했을 뿐, 가족을 향한 사랑이 사라진 적은 없다.

작품은 회상과 현재를 교차하며 서술된다. 젊은 시절 자녀의 생일을 위해 몰래 퇴근을 조율하던 장면, 추운 날 가족에게 말없이 온기를 내어주던 순간들, 아내와의 첫 만남 등 아버지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독자에게 그의 내면을 조용히 보여준다.

결국 그는 병을 얻게 되고, 병원에서 홀로 누워 있는 장면은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던 그의 고통이, 그의 죽음 직전에서야 가족에게 전해진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딸이 그의 일기장을 발견하며, 평생 몰랐던 아버지의 사랑과 슬픔을 이해하게 된다.

줄거리는 비극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화해와 이해, 그리고 인간적인 연민을 전달한다. 이 책은 모든 ‘아버지’라는 존재들이 한 사람의 남자로서 겪었던 희생과 고통, 사랑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감상문

『아버지의 눈물』은 개인적으로 매우 큰 울림을 준 책이었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은 많은 것을 잃어가며 가족을 지켜왔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대부분 침묵 속에 묻혀 있었고, 우리는 자주 그 사랑을 오해하거나 외면했다.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의 아버지가 떠올랐다. 무뚝뚝한 말투, 항상 무표정한 얼굴, 집에 오면 조용히 TV를 보던 모습. 어린 나는 그게 무관심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책임감의 무게였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처음으로 이해한 것 같다.

작품 속 아버지는 때로는 비겁하고, 때로는 무책임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인간이다. 강해 보이지만 약하고, 가족을 위하지만 스스로는 위로받지 못한 존재. 작가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감정적으로 휘몰아가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더 슬프고, 그래서 더 진실하다.

이 소설이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말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아니라, '이제는 말해야 한다'는 경고였다. 작가는 독자에게 조용히 묻는다. “아버지가 당신을 사랑했는지 알고 있는가?” 그리고 다시 되묻는다. “당신은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말해본 적 있는가?”

이 책을 통해, 나는 나의 아버지에게 감사와 사랑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많은 시간을 잃어버렸지만, 지금부터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결론

『아버지의 눈물』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세대를 초월한 인간의 이야기이며,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침묵의 존재들’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이 책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그들을 기억하는 후손들에게 남기는 편지다.

지금도 수많은 아버지들이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하루를 살아간다. 그들에게 이 책은 거울이자 위로가 될 것이다. 동시에 자녀들에게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그리고 스스로의 감정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버지의 눈물』은 단순히 감동적인 소설이 아닌, 우리 사회가 잊고 있던 가족의 본질, 사랑의 표현, 인간적인 고백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아버지에게 말하지 못한 감정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그 마음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