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를 통해 확실히 얼굴을 알린 배우 이성경. 예능, 광고에서도 많이 보이지만, 영화 속 그녀는 조금 다릅니다. TV에서 보여준 명랑한 분위기와는 또 다른 결이 묻어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성경이 출연한 세 편의 영화를 중심으로,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연기와 그 속에 담긴 가능성을 찬찬히 살펴보려 합니다.
1. 브로커 (2022) – 아주 잠깐, 그러나 오래 남는 연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는 태어난 아이를 중심으로 얽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굉장히 섬세하고 조용한 감정선이 중심을 이루는 영화죠. 이성경은 특별출연으로 등장하는데, 주인공 상현(송강호)의 과거 연인, 즉 한 아이의 엄마로 잠깐 나옵니다.
말이 거의 없지만, 표정에서 모든 감정이 전해집니다. 짧은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긴 여운을 남깁니다. 이성경이 연기한 인물의 죄책감이나 상처, 이런 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도 느껴집니다. 그녀가 가진 얼굴의 분위기 때문인지, 연기 때문인지, 아마 둘 다겠지요.
짧지만 강렬했던 이성경의 감정 연기. 브로커는 분량과 상관없이 ‘느낌’을 남길 수 있는 배우임을 보여준 좋은 예였습니다.
2. 러브+슬링 (2018) – 웃기면서도 씁쓸한 그 감정
러브+슬링은 유쾌한 가족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가만 보면 참 여러 감정이 섞인 영화입니다. 유해진과 김민재가 부자지간으로 나오고, 이성경은 이웃집 소녀이자 두 사람의 관심을 받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이름은 가영. 이 인물, 처음엔 발랄하고 가볍게 보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꽤나 현실적입니다.
이성경은 단순한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그 시대의 청춘이 가진 고민과 불안, 욕망 같은 걸 은근히 드러냅니다. 때론 웃기고, 때론 가슴이 먹먹하죠. 개인적으로는 그녀가 극 중에서 보여준 ‘애매한 감정 표현’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중후반부, 말 대신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장면이 꽤 좋았습니다.
유쾌함 속 진심을 버무린 연기. 이성경의 캐릭터 소화력은 이 영화에서 더 또렷해졌습니다.
3. 걸캅스 (2019) – 이미지 뒤집기 성공
강한 여성 캐릭터를 중심에 세운 영화 걸캅스에서는 또 다른 이성경을 만나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발랄하고 러블리한 이미지와는 꽤 다릅니다. 그녀는 막내 형사 지혜 역을 맡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거침없고 당찹니다.
영화는 디지털 성범죄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액션과 유머로 풀어내려 애썼습니다. 이성경은 주인공 라미란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이야기를 균형 있게 끌고 갑니다. 특히 그녀가 맡은 캐릭터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이야기의 텐션을 꽉 잡는 역할을 해냅니다.
이성경이 이렇게까지 센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할 줄 몰랐다는 평이 많았고, 실제로 그녀의 연기 변신은 꽤 성공적이었습니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적인 분노와 동료애 같은 감정들이 잘 느껴졌습니다.
이성경, 어떤 틀에도 갇히지 않는 배우
이성경은 원래 모델 출신이죠. 그래서 초반엔 ‘외모’에 대한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그녀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배우로서의 깊이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브로커의 절제된 감정 연기, 러브+슬링의 유쾌하면서도 현실적인 표현, 걸캅스에서 보여준 당찬 이미지 탈피까지. 각기 다른 색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모두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이성경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또 다른 변신을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걸 보면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그녀는 어떤 장르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근할 줄 아는 배우라는 사실입니다.
다음 작품에선 더 깊고, 더 낯선 감정도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