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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소설 줄거리, 감상문

by sew 님의 블로그 2025. 8. 18.

 

김애란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2024년 8월,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작품으로, 13년 만의 장편이라는 점에서 문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청춘의 고통과 현실, 이질감, 연결되지 못한 채 흘러가는 감정들을 담담하지만 섬세하게 담아낸 이 소설은, 김애란 특유의 언어와 감각으로 시대의 젊음을 다시금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소설은 서로 다른 환경과 현실을 살아가는 세 청년—접촉하지 않는 평행선을 걷고 있는 인물들이 하나의 사건과 감정의 공명 속에서 각자의 내면을 드러내고, 고유의 방식으로 ‘진실’과 ‘거짓’을 마주하는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은 단지 인물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은유하고 있다.

김애란은 여전히 깊고, 넓고, 예민하다.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거짓과 진실, 믿음과 불신, 청춘과 고통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날카롭고도 다정하게 다룬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결코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 정직하고 깊은 통찰은, 독자의 마음을 조용히 흔든다.

줄거리

이야기는 서로 직접적으로 마주하지 않는 세 인물의 삶을 따라가며 전개된다. 세 인물은 공간과 시간, 정체성에서 서로 다르지만, 그들 각자의 서사는 기묘한 방식으로 서로를 감돌고, 맞닿는다. 각 인물은 서로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듣지 못하지만, 무언가를 감지하며, 이해하려 애쓴다. 그 간극에서 진실과 거짓, 슬픔과 애틋함, 오해와 단절이 발생한다.

첫 번째 인물은 도시 외곽에서 부모 없이 살아가는 청년이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계속 무언가가 빠져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으며, 외로움과 불안, 생존의 문제에 맞서 싸운다. 이 인물은 세상으로부터 멀어져 있지만, 끊임없이 연결을 갈망하는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이다.

두 번째 인물은 예술을 공부하던 중 사고로 인해 활동을 중단하고 가족과의 관계도 단절된 채 살아가는 여성이다. 그녀는 자신의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방황하며, 세상과 타인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자신만의 '거짓'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세 번째 인물은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일상의 반복 속에서 무기력과 무관심에 익숙해져 버린 청년이다. 그는 삶의 깊은 의미를 잃은 채 살아가다 어떤 계기를 통해 ‘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이 인물은 무언가를 모른 척하며 살아가는 다수의 우리를 대변한다.

이 세 인물은 이야기 속에서 직접적으로 얽히지 않지만, 각자의 삶 속에서 '진실'을 추구하고, '거짓'을 드러내며, 자신의 서사를 다시 써 내려간다. 결국 독자는 이들 중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판단하지 못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가 아니라, 왜 그 거짓말이 필요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김애란은 그 질문을 끝까지 붙잡고 있다.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에서조차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는다. 대신, 거짓말이 불가피한 삶, 이해받지 못하는 감정, 단절된 청춘의 외침을 우리가 어떻게 들어야 할지를 조용히 되묻는다.

감상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읽는 내내 나는 세 가지 감정을 느꼈다. 외로움, 슬픔, 그리고 희망. 이 소설은 젊은 세대의 외로움과, 그들이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의 복잡함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다. 세 인물 모두 고립되어 있으며, 그 고립은 자발적이라기보다 강요된 결과처럼 보인다. 그들은 사랑을 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고, 자신이 진짜임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사회는 그들에게 그런 기회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김애란의 문장은 여전히 아름답고 정갈하다. 감정을 과잉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가슴을 파고드는 서정성이 있다. 특히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의 결을 포착하는 능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단어 하나, 쉼표 하나에도 의미가 묻어나며, 문장 속에 숨겨진 감정은 읽는 이로 하여금 천천히, 깊게 곱씹게 만든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거짓말’이라는 단어의 다층적 의미다. 우리는 흔히 거짓말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하지만, 김애란은 이 책을 통해 거짓말이 때론 누군가를 살게 만들고, 버티게 만드는 장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거짓말. 그렇다면 그것은 과연 ‘거짓’일까? 작가는 이 질문을 명확하게 결론짓지 않는다. 대신 독자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긴다.

작품을 다 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감정은 애틋함이다. 사랑하지 못한 마음, 말하지 못한 진심, 듣지 못한 위로들. 이 소설은 마치 그런 감정의 조각들을 조용히 펼쳐 놓은 지도 같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조각들을 하나씩 맞추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누구의 말을 믿고 있는가? 나는 어떤 거짓말을 하고 살아왔는가?

결론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단지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를 묻는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모두가 진실을 말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안에서 각자의 삶의 복잡함과 모순, 아픔을 끌어안는다. 이 책은 정의하거나 단정짓지 않는다. 대신 바라보고, 기다리고, 이해하려 한다. 그래서 더욱 깊다.

김애란은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너무 쉽게 단정지어온 많은 것들—정체성, 진실, 청춘, 상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라고 조용히 권유한다. 그리고 그 권유는 강요나 설득이 아니라, 다정한 손 내밈으로 느껴진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읽는 이를 조용히 흔들고, 오래 남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때때로, 정확한 정답보다 ‘복잡함을 받아들이는 용기’라는 것을 이 소설은 알려준다. 그러니 당신도 읽어보길. 누군가의 거짓말이 사실은 누군가의 진심이었는지 모를, 그 다층적인 이야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