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배우다. 액션과 멜로, 코미디와 재난극까지, 다양한 장르 속에서 그녀는 매번 새로운 얼굴로 관객 앞에 선다. 특히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그녀만의 결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하지원의 대표 영화 세 편을 중심으로 그녀의 연기 스펙트럼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 진심의 연기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내 사랑 내 곁에 – 사랑이 끝나는 순간까지 함께하는 사람
내 사랑 내 곁에는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와 그를 지키는 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멜로 영화다. 하지원은 지수 역을 맡아, 점점 쇠약해지는 연인을 바라보며 감정을 억누르는 인물을 연기한다.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보다, 참는 순간이 더 슬픈 영화다.
하지원은 이 작품을 위해 실제 간병인 교육을 받고, 병원 현장을 수차례 방문하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그녀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 ‘누군가의 연인’처럼 보인다. 절제된 눈빛, 말없이 쥐는 손, 한숨 같은 대사들. 모든 것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감상평: 내 사랑 내 곁에는 하지원이 얼마나 감정을 섬세하게 설계할 줄 아는 배우인지 증명한 작품이다.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사랑과 이별의 깊이를 보여주는 진짜 감성 멜로.
1번가의 기적 – 유쾌한 웃음 뒤, 따뜻한 사람 냄새
1번가의 기적은 재개발을 앞둔 낙후된 마을을 배경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기적을 그린 휴먼 코미디다. 하지원은 이 작품에서 복싱 선수 출신 ‘미선’ 역을 맡아, 시원시원한 액션과 푸근한 인간미를 동시에 보여준다.
캐릭터는 터프하고 직설적이지만, 동시에 마음이 따뜻하고 정이 많다. 하지원은 이런 이중적인 면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낸다. 어설픈 듯하지만 치밀한 액션 장면도 실제 훈련을 거쳐 완성됐다. 웃기는 장면에서도 감정의 선을 유지하는 그녀의 연기는 가볍지 않다.
감상평: 1번가의 기적은 하지원이 웃음과 눈물을 함께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는 걸 다시 확인시켜준 영화다. 사람 냄새 나는 연기, 그게 하지원의 진짜 매력이다.
해운대 – 재난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감정선
해운대는 국내 최초의 재난 영화로, 쓰나미라는 거대한 위협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원은 극 중 부산 토박이 강연희 역을 맡아, 소지섭과 함께 현실적인 연인 케미를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하지원은 단순히 재난 상황에 처한 인물이 아니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무너지는 도시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이다. 강한 외면과 부드러운 내면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를 하지원은 흔들림 없이 그려낸다.
감상평: 해운대는 하지원이 액션과 감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대형 재난극 속에서도 감정의 중심을 잡는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하지원은 강한 캐릭터도, 약한 캐릭터도 모두 ‘진짜 사람’으로 만들어낸다. 단순히 극을 채우는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 인물로서 존재하며 관객과 감정을 주고받는다. 그런 그녀의 연기는 어떤 장르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무대가 코미디든, 멜로든, 재난이든 상관없다. 하지원은 그 안에서 늘 사람을 연기한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캐릭터보다 사람의 이야기가 먼저 느껴진다.
앞으로도 하지원이 들려줄 감정의 이야기, 그 깊은 울림을 기대해본다.